인간의 본성과 심리 그리고 행동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이를 이해하고자 했다. 인간의 본성과 심리는 인간이 오래전부터 사용한 도구여서 책의 제목이 '오래된 연장통'이다.
오래된 연장통의 의도.
인간 본성의 진화과정을 과학적으로 풀어낸 "오래된 연장통"이라는 책을 읽었다. 우리 몸 안에 숨겨진 심리학 메커니즘을 파헤친다는 문구에 끌려 선택했던 책이었다. 저자는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인데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며 얻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사람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본성을 발견하고자 했다. 그러나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패턴만을 연구하지 않고 뇌과학에서부터 진화심리학 그리고 인류학에까지 이르는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해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이러한 수고 덕분인지 독자들은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듯한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이 오래된 연장통인 이유.
제목 그대로 오래된 연장통(도구) 이야기다. 보통 도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건 대개 날카롭고 뾰족뾰족한 모양새다. 그래야 뭔가를 자르거나 다듬는데 유용하니까. 그런데 정말 그럴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떨까? 날카로운 칼 대신 뭉툭한 돌멩이를 사용한다면? 망치나 톱 대신 나뭇가지를 이용한다면? 아마 상상조차 하기 싫을 것이다. 당연히 효율 면에서는 빵점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동안 살아남은 물건들은 나름대로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가령 가위는 자르는 용도 외에도 종이를 찢고 구기는 용도로 쓰인다. 또 송곳은 구멍을 뚫는 일 외에도 못을 박는다든지 가죽을 꿰매는 작업에까지 활용된다. 이렇게 다양한 쓰임새 덕분에 오늘날까지도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비단 도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대로 동물 역시 마찬가지다. 개는 집을 지키는 파수꾼이자 사냥개로서 맹활약하지만 동시에 반려견으로서 사랑받기도 한다. 심지어 고양이는 생선가게 주인으로부터 도둑고양이 취급을 받지만 애완동물로서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길래 한쪽은 천덕꾸러기 신세이고 다른 한쪽은 없어서 못 파는 걸까? 궁금하지 않은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책장을 넘겨보길 바란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은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1장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다뤘는데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우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공격 성향이 강하다는 가설이 눈길을 끌었다. 또 다른 실험에선 남녀 참가자들에게 서로 마주 보게 한 뒤 상대방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며 매력 점수를 매기게 했는데 놀랍게도 동일한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이성애자는 동성애자보다 더 높은 점수를 줬다고 한다. 남녀 간의 차이는 생물학적 요인뿐 아니라 문화적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가령 남자아이에게는 자동차 장난감을 사주고 여자아이에게는 인형을 선물하는 식이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 형성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무의식적으로 성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사랑과 연애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흥미로웠다. 보통 연인 사이에선 서로 비슷한 면을 찾기 마련이지만 실은 정반대 성향끼리 끌린다고 한다. 심지어 성격이 반대일수록 더 잘 맞는다고 하는데 정말 의외였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대목은 스킨십에 관한 이야기였다. 일반적으로 스킨십은 관계 진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내성적인 편이라 누군가 먼저 다가와 주길 바라는 스타일인데 상대방 입장에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인정받고 싶어 한다.
2장에서는 문화별 특성을 다루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인과 일본인 모두 자기주장이 강하고 직설적인 편이지만 유독 중국인만이 예외였다고 한다. 심지어 아시아계 이민자들조차 서양인들과는 달리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3장에서는 다양한 성격 유형을 소개했는데 내향형과 외향형 사이에서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됐다. 4장에서는 사회생활 및 연애 관련 팁을 얻을 수 있었고 마지막 5장에서는 앞서 다룬 내용들을 종합하여 정리하였다. 전반적으로 유익했고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돼서 만족스러웠다. 공감 갔던 주제는 권력욕에 대한 설명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면 자칫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